❖ 농장 소식  |  Farm News


굼벵이 농장 일상으로의 초대

굼랩
2019-08-19
조회수 414

새벽에는 잠결에 홑이불을 덮게 되네요. 날씨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올 여름은 유난히 짧은 한 해로 기록될 듯 합니다.


토요일엔 여수에서 처남네 식구가 올라왔다기에 처갓집에서 모처럼 밤늦게까지 달렸네요. 굼벵이를 꾸준히 먹어서 그런지 술이 쎄진 것도 같습니다. ㅎㅎ 아무튼, 일요일 아침이 되니 농장이 또 신경쓰입니다. 부랴부랴 고속도로를 달려 농장에 와서 사육실과 성충실을 돌아보고나니 그제서야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생물을 키운다는 건 한편으론 많이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주인장이 판단을 잘못하면 수 백, 수 천마리가 한 방에 훅 갈 수도 있으니까요. (실제로 최근, 톱밥 후발효에 따른 발열사고로 코쿤 수 십개를 익혀버리기도 했습니다.)


흰점박이꽃무지는 빛이 들지 않으면 잘 날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알받기 작업을 이른 아침 녀석들이 자고 있을 때 하죠. 늘 그렇듯, 알받기가 끝난 성충들은 콩채에 담아 햇볕을 충분히 쬐어 줍니다. 방충망도, 각종 집기류도, 성충 먹이접시도 기회가 될 때마다 뜨거운 햇살에 소독시켜줍니다. 햇볕에는 자외선이 있어 살균에 관한 한 만병통치약이거든요.


성충들이 여기저기 지려놓은 분비물로 지저분해진 산란함도 물청소를 해줍니다. 청소는 누구에게 보여주고 자랑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굼벵이와 성충은 물론 농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다시 일주일간 산란해 줄 성충들의 보금자리를 안정화시킨 발효톱밥으로 채워주고, 햇볕으로 3시간 이상 살균시킨 접시에 먹이도 담아줍니다. 바나나 조각을 득템하여 독식하고 있는 녀석도 있네요.


일주일 단위로 알받기 작업한 녀석들의 모습입니다. 알에서 막 깨어나 작고 반투명하여 잘 보이지도 않던 녀석들이, 허물을 벗고 차츰 우윳빛깔을 띄어 가네요.


장수풍뎅이 유충도 잘 크고 있습니다. 흰점박이꽃무지에 비해 크고 긴 편인데, 이 녀석들은 민첩하게 잘 안움직이네요. 개인적으로는 생긴게 생새우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장수풍뎅이는 제대로 환경을 못만들어줬고 신경도 많이 못써줬더니, 수컷들끼리 허구헌날 싸움박질하며 많이 죽어나갔습니다. 이에, 며칠간 고민하다가 남은 다섯마리를 농장 인근에 있는 나무숲으로 놔주었네요. 대신, 녀석들이 남겨준 유충은 잘 키워서 번데기와 성충 우화까지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분간 장수풍뎅이보다는 흰점박이꽃무지 사육에 선택과 집중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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